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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해석 (매몰비용 오류)

차:웅2026. 7. 26. 08:47

낡은 문제집 더미 앞에 앉아 멍한 사람, 혼술남녀 노량진으로 보는 매몰비용 오류
몇 년치 쌓인 문제집 앞에서 갈피를 못 잡는 모습으로, 매몰비용 오류와 공시생 심리를 표현했습니다


※ 이 글에는 드라마 〈혼술남녀〉의 설정에 대한 해석이 포함됩니다.

 

이미 몇 년을 쏟아부은 일이라 이제 와서 그만두면 그동안의 시간이 다 헛것이 될 것 같아, 계속 붙잡고 있었던 적 있으신가요. 사실은 마음이 떠난 지 오래인데도요.

 

저도 자격증까지 따놓고, 몇 년을 배운 게 아까워서 계속 그 일로 돌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정작 저와 잘 안 맞는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면 그동안 쓴 시간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서 다시 이력서에 그 경력을 채워 넣곤 했습니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런 마음을 매몰비용 오류, 또는 매몰비용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드라마 〈혼술남녀〉 속 노량진 사람들을 통해, 매몰비용 오류가 무엇이고 공시생 심리에서부터 일상까지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혼술남녀 줄거리, 노량진 고시촌 사람들

〈혼술남녀〉는 2016년 9월부터 10월까지 방영된 tvN 드라마로,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강사들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일상을 그립니다. 새로 노량진에 입성한 신입 강사 박하나(박하선)와 스타 강사 진정석(하석진), 그리고 여러 사연을 가진 수험생들이 등장합니다.

 

드라마는 취업난 속에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30만 명에 가까운 수험생들의 현실을 코믹하면서도 씁쓸하게 그려냅니다. 시험에 떨어져도, 몇 년째 답이 안 보여도 쉽게 노량진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드라마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매몰비용 오류란 무엇인가, 손실회피와 다른 점

매몰비용은 이미 써버려서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비용이 아까워서, 실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과 돈을 계속 쏟아붓는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에 빠진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입니다. 개발 도중 적자가 확실해졌는데도 이미 투입한 비용이 아까워 개발을 강행했고, 결국 막대한 손실만 남기고 2003년 운항을 중단했습니다(출처: 경인교육대학교 교육연구원 교육논총, 매몰 비용의 오류 이해하기).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1980년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심리적 계좌를 그대로 닫지 못하고 어떻게든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지으려 하기 때문에 매몰비용에 집착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제안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 설명하는 손실회피 성향과도 함께 이해할 수 있습니다(출처: The Decision Lab, The Sunk Cost Fallacy).

 

매몰비용 오류는 손실회피 성향과 맞닿아 있지만 조금 다릅니다. 손실회피가 "잃는 게 두려워서" 생기는 감정이라면, 매몰비용 오류는 "이미 잃은 걸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투자하는 행동에 더 가깝습니다. 이 둘이 함께 작동하는 관계의 마음에 대해서는 결혼의 완성 해석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공시생들이 시험을 놓지 못하는 이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실이 2017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 합격자들의 평균 준비 기간은 2년 2개월, 평균 응시 횟수는 3.2회였습니다. 직급별로는 7급이 평균 3년, 9급이 평균 2년가량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고, 2023년 국가공무원 공채 응시자 중에서는 2년 이상 준비한 비율이 약 40퍼센트에 달했습니다(출처: 세계일보, 공시생 최대 46만 명, 합격까지 평균 2년 2개월 걸려).

 

〈혼술남녀〉 속 노량진 사람들이 쉽게 짐을 싸지 못하는 것도 이런 공시생 심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1년, 2년, 그 이상을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있는데, 지금 그만두면 그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답이 잘 안 보여도, 일단 한 번 더 도전하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매몰비용은 시험장 밖에도 있다

매몰비용 오류는 시험 준비뿐 아니라 연애, 직장, 투자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오래 만난 사이라 헤어지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을 손절하지 못하거나, 마음이 이미 떠난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도 같은 심리에서 나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 일을 몇 년이나 배웠는데" "자격증까지 땄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길이 저와 안 맞는다는 신호를 애써 못 본 척했습니다. 그만두는 순간 그동안의 시간이 손해로 확정되는 것 같아서, 손해를 확정 짓기가 싫었던 겁니다.

 

그런데 정작 계산해야 하는 건 이미 써버린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쓸 시간이었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이번 선택에서 이기든 지든 이미 사라진 비용이고,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얼마나 더 이 길에 시간을 쓸 것인가였습니다.

 

지금부터의 비용만 계산하는 법

매몰비용 오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지금부터 얼마나 더 쓸 가치가 있는가"로 질문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어떤 선택을 하든 돌아오지 않습니다.

 

지금 붙잡고 있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미래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워서인지 한 번만 질문해봐도 선택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작품을 심리학 개념으로 해석한 정보성 글이며, 특정 인물이나 독자를 진단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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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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