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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다음화가 궁금한 이유

차:웅2026. 8. 17. 23:09

※ 이 글은 〈펜트하우스〉의 설정을 심리학 개념으로 풀어 쓴 글로,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밤 늦게까지 드라마를 정주행하다가, "딱 한 화만 더"를 몇 번이나 반복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미 자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채로는 잠자리에 들기가 유독 힘든 밤이 있습니다.

〈펜트하우스〉는 이런 마음을 정확히 노리고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거의 매회 끝나기 직전에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서 화면이 끊기고, 시청자는 다음 화가 시작될 때까지 그 장면을 계속 곱씹게 됩니다. 펜트하우스 해석을 하다 보면, 이 구조 자체가 특정 심리 현상을 정교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끝맺지 못한 일이 완결된 일보다 더 오래,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펜트하우스 해석을 통해 자이가르닉 효과가 무엇이고, 왜 우리는 결말을 봐야 마음이 놓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펜트하우스 해석으로 보는 클리프행어 전략

〈펜트하우스〉는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SBS 월화드라마로, 시즌1은 2020년 10월 26일부터 2021년 1월 5일까지 방영됐습니다(출처: SBS 프로그램 공식 페이지). 빈부격차와 학교폭력, 입시 경쟁 등을 소재로 다루며 순간 최고 시청률 26퍼센트를 넘길 만큼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드라마가 유독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회차마다 반복되는 클리프행어 구조입니다. 인물이 위기에 몰리거나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화면이 끊기는 연출이 거의 매회 반복되면서, 시청자는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른 채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란 무엇인가, 미완성 과제의 심리학

자이가르닉 효과란, 완료된 일보다 중간에 끊긴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식당 종업원이 계산 전 주문 내용은 여러 개를 동시에 기억하다가도, 계산이 끝난 주문은 금세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이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출처: 제주일보).

1927년 발표된 실험에서 자이가르닉은 참가자들에게 여러 과제를 주고 일부는 끝까지 하게 하고, 일부는 중간에 방해해 끝내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완료한 과제보다 중단된 과제를 약 두 배 더 잘 기억했습니다(출처: Simply Psychology). 쉽게 말하면, 마무리되지 않은 일은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 버튼이 눌린 채로 남아있는 셈입니다.

왜 결말까지 다 본 뒤에도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를까

자이가르닉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을 끝내야 한다는 인지적 긴장이 생기고, 이 긴장은 실제로 마무리가 될 때까지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지적 긴장이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뇌가 계속 붙들고 있으려는 상태를 뜻합니다. 드라마의 클리프행어는 이 긴장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펜트하우스 해석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시청자가 다음 화를 궁금해하는 마음은 단순한 흥미보다 이 인지적 긴장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뇌가 그 장면을 계속 붙잡고 있으려 하기 때문에, 일주일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것입니다.

다만 이 효과가 모든 경우에 똑같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자이가르닉의 최초 연구 이후 여러 학자들이 재현을 시도했지만 결과가 엇갈렸고, 2025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도 중단된 과제가 항상 더 잘 기억된다는 뚜렷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출처: Nature,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즉 미완성 과제에 대한 집착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강도로 나타나는 고정된 법칙은 아닐 수 있습니다.

펜트하우스 해석이 시즌이 끝난 뒤에도 회자되는 이유

〈펜트하우스〉가 시즌3까지 끝난 지금도 클립이나 짤로 계속 소비되는 이유는, 결말을 본 뒤에도 개별 사건들에 대한 미묘한 찜찜함이 남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시즌3에서 여러 인물이 한꺼번에 죽거나 파국을 맞으면서, 오히려 그 결말 자체가 또 다른 논쟁거리로 남았습니다.

펜트하우스 해석을 검색해서 찾아보는 사람이 꾸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습니다. 완결된 이야기라도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미완의 감각을 채우기 위해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실생활에 쓰는 법

이 원리는 공부나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큰 작업을 한 번에 끝내려 하기보다, 의도적으로 애매한 지점에서 멈추고 다음 날 이어가면 오히려 그 일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다시 시작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실제로 자이가르닉의 후속 연구에서도, 중단 시점을 의도적으로 설계했을 때 재개 의욕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반대로 이 효과 때문에 괴로운 경우도 있습니다. 끝내지 못한 다툼이나 마무리 짓지 못한 관계처럼, 미완성 상태로 남은 일이 계속 마음을 붙잡고 있다면 억지로 잊으려 하기보다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 마무리 짓는 절차를 만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못 배운 업무만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도 새 직장에 입사했을 때 인수인계가 단 며칠 만에 끝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몇 주 동안, 이미 배운 업무보다 미처 다 배우지 못하고 넘어간 절차가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신경이 쓰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잘 익힌 업무는 오히려 기억에 잘 남지 않았는데, 어중간하게 끝나버린 부분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때는 제가 유독 불안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마무리되지 않은 일에 마음이 붙들리는 건 저만의 특이한 반응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결말까지 다 봐야 마음이 놓이는 것도, 배우다 만 일이 계속 신경 쓰이는 것도, 어쩌면 같은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해석은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성 글이며, 실제 진단,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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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Zeigarnik, On Finished and Unfinished Tasks (1927); Hovland (1951), Butterfield (1964) 재현성 검토 - Simply Psychology 정리

Nature,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Interruption, recall and resumption 메타분석 (2025)

제주일보,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드라마 〈펜트하우스〉(SBS, 2020) - 김순옥 극본, 이지아, 김소연, 유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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