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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해석 (손실회피)

차:웅2026. 8. 20. 19:25

※ 이 글은 〈오징어게임〉의 결말과 전개를 다루고 있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 죽음을 봤는데, 왜 다시 게임장으로 돌아갔을까

〈오징어게임〉시즌2에서 가장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장면은, 참가자들이 첫 게임에서 절반 가까이가 목숨을 잃는 걸 두 눈으로 보고도 투표를 통해 다시 게임을 이어가기로 선택하는 순간입니다. 상금을 나눠 갖고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절반 넘는 인원이 계속을 택합니다. 밖에서 보면 비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선택의 배경에는 아주 잘 알려진 심리 하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손실회피입니다.

손실회피란 무엇인가

손실회피는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심리적으로 훨씬 크게 느끼는 경향을 말합니다. 1979년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발표한 전망이론에서 이 개념이 체계화됐습니다. 두 사람은 실험참가자에게 이런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1000달러를 받은 상태에서, 동전을 던져 50퍼센트 확률로 1000달러를 더 받거나 아무것도 못 받는 도박과, 그냥 확실하게 500달러를 더 받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대부분은 확실한 이득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조건을 바꿔서, 이번엔 2000달러를 받은 상태에서 50퍼센트 확률로 1000달러를 잃거나 아무것도 잃지 않는 도박과, 확실하게 500달러를 잃는 선택지를 제시하자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대부분이 확실한 손실 대신 도박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득 앞에서는 안전을 택하고, 손실 앞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는 이 비대칭적인 경향이 손실회피의 핵심입니다. 카너먼은 이 연구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오징어게임에 낀 손실회피의 렌즈

참가자들에게 게임을 떠나 밖으로 나가는 선택지는 사실 이득이 아니라 손실로 느껴집니다. 이들은 이미 빚과 실패로 점철된 삶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그만두고 돌아가는 것은 그 확정된 실패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확실한 손실을 뜻합니다. 반면 게임을 계속하는 건 목숨을 잃을 확률이 크더라도, 그 실패를 뒤집을 가능성이 함께 있는 도박입니다. 손실 영역에 서 있는 사람은 안전보다 도박을 택한다는 전망이론의 예측이, 극 중 인물들의 선택과 정확히 겹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심리가 개인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이들이 처한 경제적 기준점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빚 없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면 같은 도박 앞에서 안전한 선택을 했을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 구조를 통해 손실회피가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경제적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법칙, 항상 2배로 작동할까

손실회피는 흔히 손실이 이득보다 약 2배 크게 느껴진다는 식으로 단순화돼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소비자심리학자 데이비드 갈과 데릭 러커는 이 2대1 비율이 지나치게 보편적인 법칙처럼 과장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여러 실험을 다시 분석해보면 손실회피의 크기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1배 이하로 줄어들기도 하고 2배를 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손실 액수가 아주 작을 때는 이 비대칭성 자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 비판이 손실회피라는 현상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대칭적 경향 자체는 여러 재검증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그 크기를 하나의 고정된 배수로 못 박기보다는, 처한 상황과 액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함께 기억해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럼 나는 어떤 기준점에 서 있을까

이 개념을 알고 나니 저는 제가 어떤 선택 앞에서 유난히 큰 위험을 감수하려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돌아보면 그건 제가 대담해서가 아니라, 그 상황을 이미 손실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미 잃은 게 있다고 느낄 때, 사람은 그걸 만회하기 위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도박을 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유난히 위험한 선택을 하고 싶어질 때, 제가 지금 이득을 보려는 건지 아니면 이미 느끼고 있는 손실을 메우려는 건지 한 번 구분해보려고 합니다. 손실을 메우려는 조급함일 때는, 잠시 멈춰서 그 기준점 자체가 정말 맞는 건지 다시 물어보는 게 낫다는 걸 이 드라마를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글은 작품을 심리학 개념으로 해석한 정보성 글이며, 특정 인물이나 독자를 진단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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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Simply Psychology 요약
  • Gal, D., & Rucker, D. D. (2018). The Loss of Loss Aversion: Will It Loom Larger Than Its Gain?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관련 분석글
  • Squid Game (Netflix, 2021- ) 작품 정보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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