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물이나 빙의물은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미 늦었다고 느껴지는 일도, 이야기 속에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 내 안에 들어와 대신 말해주고, 대신 싸워주고, 대신 억울한 상황을 뒤집어주는 장면을 보면 묘한 통쾌함도 생깁니다.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도 그런 욕망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노년의 재벌 회장 강용호가 20대 청년 황준현의 몸에 들어가, 자신이 오래 이끌어 온 회사에 인턴으로 출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설정만 보면 가볍고 통쾌한 빙의 판타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는 단순한 회춘극이 아니라, 권력 중독과 인정욕구가 가족 관계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이번 글에서는 〈신입사..
2026. 6. 27. 08:00우리는 왜 남의 일상을 보는 데 이렇게 쉽게 빠져들까요. 먹방을 틀어놓고 밥을 먹고, 연애 예능을 보며 남의 썸에 몰입하고, 브이로그를 보며 누군가의 하루를 따라갑니다. 직접 경험하는 것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질 때가 있습니다.저에게도 이런 콘텐츠는 대단한 의미를 찾기 위해 보는 것이라기보다, 현실을 잠깐 잊는 멍 때리기에 가깝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누군가의 일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문제에서 잠시 떨어져 나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요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유독 남의 브이로그나 예능을 오래 보게 되는 밤이 있습니다. 낮에는 새로운 일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고, 밤에는 또 다른 할 일을 붙잡고 있다 보니 정작 제 하루를 찬찬히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
2026. 6. 26. 22:13처음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보면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군대 드라마인데 총보다 식칼이 더 중요하고, 이등병 눈앞에는 게임처럼 상태창이 뜹니다. 설정만 보면 유치한 B급 판타지처럼 보이는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됩니다. 웃기려고 작정한 장면들이 이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따뜻한 밥 한 끼와 동료의 의미를 건드리기 때문입니다.저도 처음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너무 무거운 주제의 영화나 드라마보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B급 코미디물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현실도피처럼 틀어놓은 작품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지막에는 마음에 남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특히 11화 요리대회 장면에서 성재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상대를 마주하고 작아지는 순간이 오래 남았습니다. 아무리 ..
2026. 6. 26. 08:00영화〈리틀 포레스트〉는 지친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와 음식과 계절, 작은 루틴을 통해 자기 돌봄과 회복의 감각을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소울〉이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를 묻는 영화였다면, 〈리틀 포레스트〉는 그 질문에 아주 조용하게 답하는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행복은 늘 멀리 있는 목표나 대단한 성취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차린 한 끼 밥상, 계절이 바뀌는 냄새, 흙을 만지는 시간 속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은 서울에서의 생활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겉으로 보면 취업에 실패하고 관계에서도 지친 사람이 도망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혜원의 귀향을 단순한 도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버티느라 자기 리듬을 ..
2026. 6. 25. 12:00우리는 자주 이렇게 생각합니다. 취업을 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돈을 더 벌면 불안이 줄어들 거라고, 원하는 일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라고요. 그런데 막상 바라던 일이 이루어져도 행복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기쁜데, 이상하게 다시 허전해지는 마음이 찾아옵니다.영화 〈소울〉은 바로 그 질문을 건드립니다. 꿈을 이루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내가 원하던 무대에 서면, 그동안의 불안과 공허함은 한 번에 사라질까요. 이 영화는 행복을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작은 순간을 느끼는 능력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소울 줄거리, 꿈만 바라보던 조 가드너〈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음악 교사입니다. 그는 언젠가 진짜 무대에 서는 날이 오면..
2026. 6. 25. 08:00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한 장면보다 한 감정이 오래 남습니다. 역사적으로 단종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슬픈 이유는 결말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결말까지 가는 동안 단종이 너무 늦게야 '내 편'을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역시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고, 또 사람에게 치유받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왕위를 빼앗기고, 자기 뜻대로 살아본 적 없는 어린 왕. 세상이 자신을 밀어내는 상황에서 단종이 느꼈을 외로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아마 저는 그대로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조금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매화와 엄흥도 같은 벗이 부러웠습니다. 누군가 절벽..
2026. 6. 24. 22:06